본문 바로가기

양자이야기

입자 & 반입자 (Particle & Antiparticle)

마블 영화 같은 SF영화를 보다보면 "반물질"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과연 반물질이 무엇일까요?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일까요? 두번째 주제는 물질과 반물질,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입자와 반입자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

 

앞서 1편에서 다이아몬드를 계속 쪼개면 탄소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다이아몬드라는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는 "탄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탄소를 더 잘게 쪼개면 6개의 양성자, 6개의 중성자 (중성자는 7개, 8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동위원소라고 합니다.) 그리고 6개의 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전자는 더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 입니다. 이러한 더이상 쪼개지지 않는 입자를 "기본 입자"라고 합니다. 반면, 양성자와 중성자는 더 쪼갤 수 있으며, 쪼개면 쿼크(Quark)라고 불리는 입자가 3개 만들어집니다. 참고로 쿼크는 더이상 쪼갤 수 없는 기본입자의 대표적인 종류중 하나이며, 6가지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위 쿼크(Up quark), 아래 쿼크(Down quark), 꼭대기 쿼크(Top quark), 바닥 쿼크(Bottom quark), 맵시 쿼크(Charm quark), 기묘 쿼크(Strange quark)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전자는 원자 주위를 도는 아주 가벼운 입자인 반면, 양성자 및 중성자는 굉장히 무거운 입자입니다. 왜 이렇게 차이날까요?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계의 답은 "그들은 태생적으로 다른 입자이다" 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차이를 그냥 받아들이고, 다른 종류로 분류하게 됩니다. 전자는 가볍다는 의미의 한자인 "輕(경)"을 사용하여 경입자의 분류에 속하고, 다른 표현으로는 렙톤(Lepton)이라고 불립니다. 반면, 양성자 및 중성자는 무겁다는 의미의 "重(중)"을 사용하여 중입자의 분류에 속합니다. 다만 중입자는 위에서 언급했듯 쿼크로 더 쪼개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성자는 위 쿼크 2개와 아래 쿼크 1개로 쪼개지고, 양성자는 위 쿼크 1개와 아래쿼크 2개로 쪼개집니다.

 

 

Source: Wikipedia

 

이렇게 더이상 쪼개지지 않는 렙톤과 쿼크와 같은 입자들을 모아서 "기본 입자"라고 부릅니다. 위의 그림은 이러한 기본입자들을 정리해서 모아놓은 기본 입자 표준 모형입니다. 연두색 종류인 렙톤에서 전자가 보이고, 연보라색 종류인 쿼크에서 앞서 소개한 6개의 쿼크가 보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벌써 기본 입자의 절반 정도를 알게 되었네요. 나머지 기본 입자들과, 표준 모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기회가 된다면 추후 조금씩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물질"과, 이를 이루는 "쪼개질 수 있는 입자" (원자, 중성자, 양성자), 그리고 더이상 쪼개질 수 없는 "기본 입자" (쿼크, 전자(렙톤))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반물질,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반입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들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선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자면, 그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입니다. 또한 이러한 반입자 및 반물질은 특정한 한가지 물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즉,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반입자는 "특정 입자에 반대되는 특성(전하)을 가진 입자"입니다. 따라서 이 세상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종류의 반입자들이 존재합니다. 위키백과를 보면, 반입자를 "(특정) 입자와 '질량', '맛깔', '스핀'이 같고, '전하'가 반대인 입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질량, 맛깔, 스핀, 전하란 입자의 고유한 특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반입자는 1928년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인 폴 디랙(Paul Dirac)이 양자역학의 슈뢰딩거방정식(Schrodinger's equation)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Theory of Relativity)을 통합해서 만든 디랙방정식(Dirac equation)으로부터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디랙방정식을 풀면 동일한 값의 양의 해와 음의 해가 나오는데, 그 음의해가 바로 반입자의 존재를 예측하게 하였습니다. 무슨 말인지 감이 하나도 오지 않죠? 쉽게 이해해봅시다. 특정 입자의 특성(전하)을 나타내는 x라는 변수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x를 구하기 위해서 x입자의 질량, 맛깔, 스핀 등의 특성 값을 넣고 구해보니 x^2=1라는 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x^2=1의 방정식을 풀어보니 x=+1, -1 두개의 해가 나옵다. 여기서 x=+1은 우리가 잘 알고있는 입자(예를 들면 전자, 양성자, 등.)입니다. x=-1은 전혀 모르는 입자인데, 모든 특성들이 같고 전하만 반대부호 입니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반입자에 대한 예측이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1932년 미국의 물리학자인 칼 엔더슨(Carl Anderson)이 우주에서 지구로 오는 우주복사선을 관측하던 도중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를 실제로 관측하게 됩니다. 결국, 반입자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입자들은 관측하기가 어려워서 아직까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현재까지 과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한가지는 "모든 기본입자들은 그것에 대응되는 반입자가 있다" 입니다. 즉, 위의 표준 모형에 있는 17가지 기본 입자들에 대응되는 17가지 반입자들이 적어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의 기본 입자들 중 다수의 반입자들은 그 존재가 확인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금 이시간에도 나머지 확인되지 않은 반입자들을 발견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기본 입자들을 조합하면 탄소와 같은 원자들을 만들 수 있고, 이들을 가지고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모든 입자들은 반입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본 입자들의 반입자를 이용하여 반탄소 원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가지고 다이아몬드 물질과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반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이 바로 다이아몬드의 "반물질"이 됩니다. 이와 같은 원리로, 여러분들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가 "반물질"로서 우주 저편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소름이죠? 이게 바로 반물질에 대한 내용입니다. 저 우주 저편에 지구와 똑같은 행성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겁니다. 이것도 결국 반입자, 반물질 이론에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러한 입자, 반입자가 양자 세계에서 왜 중요할까요? 제가 양자 얘기를 하다말고 왜 뜬금 없이 반입자 반물질 얘기를 할까요? 최근 Microsoft가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주목받고 있는 신개념 양자컴퓨터인 "위상 양자컴퓨터"에 바로 이 입자-반입자 개념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양자컴퓨터의 상용화에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소음(Noise)" 문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음이란, 진동, 열, 전기적, 자기적 소음을 모두 포함합니다. 이러한 소음 때문에 앞서 배웠던 "에너지의 양자화"가 잘 안되는 것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죠. 예를들어, IBM이나 구글이 개발한 초전도체 기반의 양자컴퓨터를 보시면 CPU에 해당하는 칩은 손톱만한 크기인데, 이것을 구동하는 본체는 방크기만합니다. 바로 우주의 온도보다 1/100배만큼 더 낮은 온도인 절대온도 0.01K 수준까지 차갑게 냉동하여 열과같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함인데요... 이러한 아주 낮은 온도를 만들기 위한 냉장고의 크기와 비용이 어마어마 합니다.

 

 

 

Source: IBMQ

 

 

위의 IBMQ 양자 컴퓨터를 보시면 크기도 클 뿐더러, 열 소음 방지를 위해서 삐까뻔쩍한 금을 냉장고에 듬뿍 바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순수 금이 아니고 구리에 도금한 장치들이지만, 그래도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크니 도금에 사용되는 금 값만 해도 가격이 어마어마 하겠죠? 아래 그림은 Google이 2019년에 발표한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뛰어넘었다고 네이처지에 발표한 시카모어(Sycamore) 양자 컴퓨터 프로세서(일종의 CPU) 입니다. 길이가 약 2cm 정도이니 엄지손톱 만하겠네요. (전극 연결부를 제외한 안에 들어가는 부분은 새끼손톱 만해 보입니다.) 결국 소음 문제를 없애기 위해, 새끼 손톱만한 장치를 차갑게 하려고 방만한 냉장고에 넣어서, 오랜 시간동안 비싼 전기료와 비싼 냉매 비용을 들여가며 냉동시키는 것 입니다.

 

 

F. Arute (Google AI Quantum), Nature, 574, 505 (2019).  

 

 

이러한 기존의 양자컴퓨터들과는 달리, 소음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예상되는) 위상 양자컴퓨터는 아직 연구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론적인 계산은 상당히 많이 발전해있는 상태이지만, 이를 실험적으로 구현할 재료가 아직까지 많지 않는 상황입니다. 위상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마요라나 페르미온(Majorana Fermion)이라는 입자를 만드는 것입니다. 바로 이 마요라나 페르미온의 정의가 "입자와 반입자가 같은" 입자 입니다. 입자와 반입자가 같다는 성질로 인해 우리는 이 입자들을 2개씩 짝을 지어주게 되면 입자들간에 구분을 할 수 없습니다. 이 때 입자들의 순서를 바꾸어주는 행위를 꼬임(Braiding)이라고 하는데요, 이 행위를 적용한 위상 양자컴퓨터를 만들게 되면 이론상으로 작은 영역에서 발생한 소음에 영향없이 양자컴퓨터 계산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차세대 양자컴퓨터의 핵심 소재로 바로 입자-반입자가 사용되는 것 입니다. 자세한 양자컴퓨터에 대한 소개는 천천히 이어나가도록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