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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이야기

양자 비트 (Quantum Bit, Qubit) - 1

양자컴퓨터는 과연 무엇으로 만들까요? 오늘은 양자컴퓨터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인 양자 비트 혹은 큐비트라고 불리는 장치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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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격인 QPU에 대해서 지난시간에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QPU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양자 비트, 혹은 큐비트라고 했죠. 그렇다면 이러한 큐비트를 어떻게 만들까요?

 

 

우선 우리의 큐비트를 만들기 위한 재료부터 골라야 합니다. 지난 시간에 살짝 언급했지만, 다양한 재료로 큐비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초전도체, 반도체, 자성체, 다이아몬드, 원자 혹은 이온 1개, 등등..... 이러한 구동 방식들을 양자 컴퓨터의 "플랫폼(Platform)"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장 좋은 플랫폼을 찾아서 연구를하고, 이를 기반으로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야 겠죠? 현재 그러한 연구들이 많이 수행되고 있습니다.

 

 

 

Source: Mouser Electronics

 

 

 

우선 한가지 짚고넘어가야 할 부분은, 양자컴퓨터라고 하더라도 그 사용 방식에 따라서 적합한 "플랫폼"이 다릅니다. 우리가 사용중인 일반 컴퓨터와 같이 "계산" 혹은 "연산"을 수행하기 위한 플랫폼은 초전도체와 이온이 가장 기술적으로 적합하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이는 어떤 아주 큰 수가 소인수분해가 가능한지 알아본다던지, RSA 암호 체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그 예시가 되겠네요. 더 쉽게 말하면 1+1=2와 같은 계산을 하기 위한 양자컴퓨터 방식 입니다.

 

 

양자컴퓨터의 개발로 RSA 암호 체계가 깨지더라도, 우리에게는 양자 원리를 이용한 양자 암호체계가 개발되고 있죠. 이러한 양자암호 체계는 양자 통신의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양자 통신의 경우, 일반적인 광통신과 유사하게 빛으로 통신을 주고받기 때문에 장치와 빛의 상호작용이 강한 시스템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목적에 가장 적합한 플랫폼은 다이아몬드 기반의 결함 큐비트(Defect Qubit)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결함 큐비트의 빛과의 강한 상호작용을 활용하여 센서에도 활용하고자 하는 많은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굉장히 정밀한 MRI를 양자 원리를 적용하여 개발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를 "양자 센서(Quantum Sensor)"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를 깊게 공부해보신 분들이라면 양자컴퓨터에 나오는 원리들이 "그대로" 다 나옵니다. 예를 들면 양자컴퓨터의 연산에 사용되는 "양자 게이트(Quantum Gate)" 혹은 "결맞음 시간(Coherence Time)"을 측정하는 방식 중의 하나인 "스핀 에코 시퀀스(Spin Echo Sequence)"의 경우 MRI에 폭넓게 사용되던 기술이 양자컴퓨터에 적용된 사례입니다. 그래서 저는 MRI를 양자컴퓨터의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싶네요.

 

 

 

Diamond NV Center Qubit. (Source) Qutools

 

 

양자컴퓨터와도 깊은 관련이 있고 또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MRI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설명 하고 넘어가봅시다. MRI는 원래 기존 명칭은 NMR-I(Nuclear Magnetic Resonance Imaging), 즉 핵자기공명 영상장치입니다. 사람들의 인식에 핵(Nuclear)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마케팅 차원에서 MRI라는 단어로 굳어지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네요. (실제 오래전 영상 물리를 전공하신 분들은 NMRI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습니다... 현재 UC 어바인에 명예교수로 계시는, 제 예전 은사님 중 한 분이 그러하셨습니다...)

 

 

과학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NMR에 대해서는 잘 아실텐데요. 우선 NMR에 대해서 짧게 핵심만 알아봅시다. 특정 물질이 스핀(Spin)을 포함하고 있을 때, 이 스핀은 외부의 자기장 하에서 정렬을 하게 됩니다. 이 때 자기장의 세기에 따라 일부는 같은방향(+)으로, 일부는 반대방향(-)으로 정렬을 합니다. 이 +, - 방향으로 정렬한 스핀들은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가집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양자컴퓨터의 두 "계단"과 같습니다). 이를 제만 효과(Zeeman Effect)라고 합니다.

 

 

외부에 자기장을 걸어준 상태에서 에서 전자기파(빛)를 비추어주면 +방향 및 -방향으로 정렬한 두 스핀의 에너지 차이와 빛의 에너지가 같아질 때 이 빛을 흡수합니다. 흡수한 직후, 일정 시간에 걸쳐 서서히, 자발적으로 방출합니다. 이를 "자발적 방출(Spontaneous Emission)"이라고 부릅니다. 반대 방향의 불안정한 스핀 역시 빛을 내면서 안정적인 +방향의 스핀이 되고싶어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방향의 불안정적인 스핀은 안정적인 스핀이 되기위해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수직 완화(Longitudinal Relaxation)" 혹은 "에너지 완화(Energy Relaxation)"라고 부르며, 이 때 소요되는 시간을 "에너지 완화 시간(Energy Relaxation Time, T_1)"이라 부릅니다. 이러한 완화 시간은 양자컴퓨터에서 동일하게 사용되며, 이 때의 완화 시간을 큐비트의 "수명(Lifetime)"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수명"이란 안에서 큐비트의 초기화, 연산, 측정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한 두번이 아니고, 흡수, 재방출, 또 흡수, 재방출... 거의 무한대로 반복을 합니다. (두 계단을 아래 위로 계속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로 "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라고 부르며, 이 때 사용된 스핀이 "원자핵의 스핀(Nuclear Spin)"일 때 핵자기공명, 즉 NMR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다양한 원자핵의 스핀을 이용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원소로는 탄소(Carbon)의 동위원소의 원자핵이 있습니다.

 

 

(N)MRI의 경우 이러한 공명 현상이 위치별로 얼마나 많이 나타나는지 보고 이를 영상화한 것 입니다. MRI를 촬영해보면 조영제(Contrast Agent)라는 것을 몸속에 주입합니다. 이 조영제에는 보고자 하는 특정 부위(혈관, 뇌, 심장 등.)와의 반응 혹은 친화력이 좋아서 그 주위에 계속 머물게 됩니다. 이 조영제 안에는 강한 신호를 보내주는 핵스핀을 포함한 물질이 있습니다. 따라서 조영제를 사용하면 뚜렷한 MRI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암세포와 반응하는 물질을 함께 넣기도 하여, 암세포 등이 있는지 보기도 합니다. 이 때 몸 속에는 스핀으로부터 나오는 신호 외에도 굉장히 많은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물질들이 모두 신호의 잡음(Noise)로 작용합니다.

 

 

 

Spin Echo Sequence, Source - Wikipedia

 

 

 

이러한 잡음의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 전자기 펄스(Pulse)를 이용하여 스핀의 신호를 선택적으로 제어하고 센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순서 혹은 시퀀스(Sequence)로 전자기 펄스를 주는 방식이 연구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앞서 언급한 "스핀 에코" 방식 입니다. 아래 위키피디아의 예시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 가능합니다. 여기서 빨간 화살표는 스핀의 방향이고, 파란색 구는 가상의 구(Sphere) 입니다. 나중에 큐비트를 자세히 설명할 때 이와 유사한 "Bloch 구"에 대해서 소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또 밑에 이 시퀀스에서 특징이 되는 시간(t) 개념이 나옵니다. 바로 자기장에 의해 한 방향으로 모여있던 여러 화살표가 주변 물질 및 잡음과 상호작용 하여 퍼지고, 또 다시 모이는 시간인데요. 이 때 소요되는 시간을 이를 스핀 결맞음 시간(Spin Coherence Time)이라고 부르며, 양자컴퓨터 개발에 있어서의 핵심이 되는 양자 계산이 허용되는 시간인 양자 결맞음 시간(Quantum Coherence Time)과 대응됩니다. 또한 이러한 화살표가 퍼지는 현상을 위상어긋남(Dephasing)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Dephasing은 일반적으로 혼자 발생하지 않고, 에너지 완화와 함께 발생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수평 완화(Transverse Relaxation) 혹은 결맞음 어긋남(Decoherence)이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Dephasing과 Decoherence를 혼용하여 사용하는데, 이들은 원리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른 개념입니다.

 

 

 

 

P. Krantz et al. Appl. Phys. Rev. 6, 021318 (2019).

 

 

 

양자컴퓨터의 핵심이 되는 시간 개념에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큐비트 수명(Lifetime, T_1), 위상어긋남 시간(Dephasing time, T_Φ), 결맞음 어긋남 시간(Decoherence Time, T_2). 이 모든 시간 개념은 MRI의 원리에서부터 출발하였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추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결함 큐비트(질소-빈자리 복합체 결함으로 Nitrogen-Vacancy Center Defect, 줄여서 NV Center라고 부름. NV 결함 복합체 1개가 스핀 1개에 대응)와 같은, 스핀 기반의 양자컴퓨터는 스핀에 정보를 기록합니다. 예를 들면 에너지가 낮은 안정적인 +방향은 <0>으로,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방향은 <1>에 대응시키구요. 제만 효과를 이용하여 이 스핀의 에너지 차이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외부 자기장을 꼭 걸어주어야 하고, 또 이 에너지 차이에 대응되는 빛을 조사해 주어야 합니다. 결국 스핀 큐비트(스핀 1개)는 NMR(스핀 >10^23개)의 양자버전 이며, 양자 센싱(스핀 여러개~ 수십 혹은 수백개)은 MRI(스핀 >10^23개)의 양자버전으로 이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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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제가 왜 MRI를 (스핀) 양자컴퓨터의 할아버지라고 말했는지 이해 가시죠? 오늘 알아본 것을 세 줄로 요약하면

 

 

1. 양자컴퓨터의 구동 방식 및 응용에 따라 다양한 큐비트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이를 양자 컴퓨팅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2. 양자컴퓨터 구동과 관련된 시간에는 - T1, TΦ, T2, - 3가지 종류가 있다.

3. 스핀을 이용한 양자컴퓨터는 NMR 혹은 MRI와 구동 원리가 거의 동일하다.

 

 

 

이렇게 다양한 큐비트 플랫폼들이 개발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큐비트가 특정 양자컴퓨터 연산에 적합한지 혹은 적합하지 않은지 어떻게 판단할까요?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판단을 내리는 기준인 "DiVincenzo" 기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