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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양자컴퓨터] 초전도체 (Superconductor) - 2

슈뢰딩거 고양이 2021. 5. 15. 23:31

지난 시간까지 초전도체의 기본적인 특성을 알아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초전도체로 어떻게 큐비트 장치를 만들까요? 반도체의 트랜지스터에는 이를 구성하는 기본 접합인 "pn 접합"이 있는 것 처럼, 초전도체에서도 "초전도 접합"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초전도체 물질이 다른 물질들과 접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지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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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있는 실리콘 기반의 트랜지스터(Transistor)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의 재료를 접합시켜 단위 소자를 만듭니다. 이 두 가지 주요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붕소(B, Boron)와 같은 불순물을 도핑한 정공(Hole)이 주요 전하 운반자인 p형 실리콘   

(2) 질소(N, Nitrogen) 혹은 비소(As, Arsenic)와 같은 불순물을 도핑하여 만드는, 전자가 주요 전하 운반자인 n형 실리콘

 

이 두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p-n 접합 (p-n Junction)"을 만들 수 있죠. 이 p-n 접합은 반도체 다이오드(Diode)의 기본 구성 단위가 됩니다.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트랜지스터 소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이폴라(Bipolar) 트랜지스터에서는 3개의 층을 활용하여 "p-n-p" 혹은 "n-p-n"의 기본 구조로 구성 가능합니다. 이러한 p-n 접합을 기반으로 다양한 금속, 유전체 등을 활용하여 MOSFET, MESFET, CMOS 등의 응용된 트랜지스터 소자도 제작 가능합니다.

 

 

반도체 회로에서는 IV측정에서 선형의 특성을 가지는 가지는 저항(Resistor), 캐패시터(Capacitor), 인덕터(Inductor) 등과 구분하기 위해서, 이러한 pn접합 소자를 "비선형 회로 요소(Non-linear Circuit Element)"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비선형 요소의 특징(두께, 전하 운반자 농도, 이동도, 등)을 잘 디자인하여 원하는 회로의 특성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Source: IBM superconducting circuit - Chemistryworld (Royal Society of Chemistry)

 

 

 

초전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양자 큐비트 소자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구성됩니다. 1개의 양자 큐비트 소자 안에는 인덕터, 커패시터 등의 기본적인 선형 회로 성분이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선형 요소 외에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이라고 부르는 핵심 비선형 요소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조셉슨 소자는 pn 접합과 유사하게 아래와 같은 두가지 재료로 만들 수 있습니다.

 

(1) 초전도체

(2) 비초전도체 (혹은 일반 금속)

 

일반적으로 "전력 손실"은 양자 큐비트 구동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장 잘 알려진 선형 회로 요소인 "저항"은 양자 큐비트 소자에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회로의 기생적인 요소로 저항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앞서 언급한 초전도 기반 비선형 회로 성분인 "조셉슨 접합"이 바로 양자 큐비트의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리콘 반도체 트랜지스터의 "pn 접합"에 대응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 조셉슨 접합이 무엇일까요? 조셉슨 접합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선 기본적인 초전도체 접합의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초전도체 접합은, 실리콘 반도체로 비유를 하면 p(n)형 반도체/금속 접합과 유사한 핵심 접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블로그 글에서 초전도체는 "거시적인 양자 시스템"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보존(Boson)과 같은 쿠퍼쌍(Cooper pair)의 특징으로 인해, 초전도체 내에 존재하는 수 많은 입자들을 1개의 집단적 파동함수(Collective Wavefunction)으로 기술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파동함수를 긴즈버그-란다우 이론(Ginzburg-Landau Theory)에서의 정렬 인자(Order Parameter)라고 하며, 그 파동함수는 "쿠퍼쌍 농도"와 "위상"이라는 단 2개의 변수로 기술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글을 참고하세요).

 

 

 

서로 다른 페르미 준위를 가진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접합하면 페르미준위가 연속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접합 계면에 "공핍층(Depletion Layer)"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계면 근처에 존재하는 p형과 n형 반도체의 운반자들이 서로 반대되는 극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초전도체 접합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즉, 실리콘 p-n 접합과 유사하게, 초전도체/비초전도체의 접합 계면에서 초전도 파동함수가 비초전도체쪽으로 스며든다고 이해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반대되는 현상도 관측되는데요. 비초전도체의 특성도 초전도체쪽으로 스며들어와서, 이는 파동함수의 진폭(Amplitude)과 관련된 쿠퍼쌍 농도가 계면 근처의 초전도체에서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렇게 초전도체 접합에 따라 파동함수가 스며드는 현상을 "초전도 근접 효과(Superconducting Proximity Effect)"라고 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초전도 근접 효과를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합니다. N과 S는 각각 일반 금속(Normal Metal) 및 초전도체(Superconductor)를 뜻하며, x축은 위치, y축은 파동함수의 절대값, 즉 쿠퍼쌍의 농도와 관련된 값입니다.

 

 

Gil-Ho Lee and Hu-Jong Lee, Rep. Prog. Phys. 81, 056502 (2018).

 

 

 

이 그림에서 ξs(Xi라고 읽음)는 초전도 위상(Phase)의 결맞음(Coherence)이 유지되는 길이이기 때문에 초전도 결맞음 길이(Superconducting Coherence Length)라고 불립니다. 이는 초전도 접합의 특성을 보여주는 길이 이기 때문에 초전도 특성 길이(Superconducting Characteristic Length)라고도 불립니다. (이 외에도 다른 초전도 특성 길이들이 있음)

 

 

이러한 초전도 결맞음 길이는 초전도 내부에서 유지되는 길이와 비초전도체에 스며드는 길이, 이 두가지로 조금 더 세부적으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이 때 비초전도체, 즉 일반 금속(Normal Metal)에 스며들어서 만들어지는 결맞음 길이를 일반 결맞음 길이(Normal Coherence Length)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합니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할 점은 관용적으로 비초전도체에 해당되는 물질을 보통 "일반 금속"이라고 부르지만, 초전도체가 아닌 금속, 반도체, 절연체 등이 모두 이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단, 동일한 초전도체를 쓰더라도 접합되는 물질이 절연체에 가까울 수록 퍼텐셜 장벽(Potential Barrier)이 높아지고, 결국 스며드는 거리가 짧아지게 됩니다. 완전 절연체의 경우 이 일반 결맞음 길이가 1-2 nm 이하 수준으로 굉장히 짧습니다.

 

 

이러한 결맞음 길이는 초전도의 물질에 따라서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일반적으로 결맞음 길이가 긴 초전도체를 Type I으로, 결맞음 길이가 짧은 초전도체를 Type II로 구분합니다. 초전도 양자큐비트로 많이 사용하는 알루미늄 금속(Tc ~1K)의 경우 초전도체 내 결맞음 길이가 1600 nm입니다. 반면, 잘 알려진 고온 초전도체 물질인 YBCO(YBaCuO, Tc ~90K)의 경우 약 1~2 nm 입니다. 결국 초전도 근접 효과를 만들어내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고온 초전도체는 초전도 양자 컴퓨터의 재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굉장히 낮습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조상의 어려움 등)

 

 

 

Gil-Ho Lee and Hu-Jong Lee, Rep. Prog. Phys. 81, 056502 (2018).

 

 

그렇다면 조셉슨 정션은 어떻게 만들까요? 앞서 실리콘 반도체에서 얘기한 p-n-p (n-p-n) 정션과 거의 동일합니다. 바로 초전도체-비초전도체-초전도체 구조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때 가운데 낀 비초전도체가 일반 금속(Normal Metal)일 경우 S-N-S 접합이라 부르고, 절연체(Insulator)일 경우 S-I-S 접합이라 부릅니다. 간혹 3개의 물질이 모두 초전도체일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S-s-S 접합이라 부릅니다. 동일한 물질에서 가운데 초전도체의 물질을 다르게 하거나, 혹은 폭/두께를 다르게 해서(이 경우 Constriction이라고 함) 접합을 만듭니다.

 

 

자 지금까지 초전도 접합과 조셉슨 접합의 기초적인 원리를 알아보았는데요. 다음 시간부터는 조셉슨 접합의 특성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